매일신문

[뉴스In] 저출산 최전선 대응하는 전담 부서 생기나…여야 공약 내세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 기능 못하면서 존폐 위기에
◆여당 '인구부', 야당 '인구위기대응부', 선거에서 공약
◆기존 정책의 문제점 철저하게 분석 후 전담 부처 설치 논의해야

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분기 출산율이 처음으로 0.6명대로 떨어지며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전담 부처 설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저출산고령사회위)가 나열식 정책과 취약한 컨트롤타워로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탓이다.

특히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라는 충격적 통계가 발표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전담 부서 설치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인구부', 야당은 '인구위기대응부' 등 인구 전담 부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균형발전에 방점을 둔 '인구지역균형발전부' 신설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저출산고령사회위를 중앙행정기관으로 승격하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을 부총리로 하여 관계부처를 총괄·조정하도록 하는 대안도 제시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이슈와 논점을 통해 '인구감소 시대, 인구 전담 부처 설치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발표해 이 문제를 다뤘다.

◆인구 전담 부처 설치 논의

인구 문제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 2005년 설립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계속 감소해 2023년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담 부처 설치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저출산고령사회위 존립에 회의적인 시각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전담 부처인 '인구부' 신설을 약속했다. 여려 부처에 흩어진 관련 정책을 인구부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포함)도 비슷한 공약을 내놨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전담하는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약속했다. 종합적인 저출산 대책과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현재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정치권도 공감한 것이다.

정책적 중요성과 정치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인구 전담 부처 신설의 구체적인 방향성과 조직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11일 오후 대구 시내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들이 하교한 후 빈 교실을 지키고 있다. 대구교대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2025학년도 입학정원을 46명 감원할 예정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11일 오후 대구 시내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학생들이 하교한 후 빈 교실을 지키고 있다. 대구교대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2025학년도 입학정원을 46명 감원할 예정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자문위원회 한계를 못 벗어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2000년대 초반 저출산 현상을 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됐다.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됐다.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인 저출산고령사회위가 출범했다.

중요 정책 심의 권한을 부여받은 저출산고령사회위는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관련 정책을 집행한다.

하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나타나자 저출산고령사회위가 해당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정책 간 연계와 부처 간 협력을 더 강력하게 추진하기 위해 2023년 저출산고사회위 산하 '인구정책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인구정책기획단은 인구정책 범부처 상설협의체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분과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 분과로 나뉘어 구성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민간을 포함해 정부의 종합적인 대응을 목표로 시작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문위원회라는 조직 특성의 한계로 인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에 따르면 자문위원회는 법령에 규정된 기능과 권한을 넘어서는 범위에서 자문·조정·심의 등을 할 수 없다.

자문위원회인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대통령 직속 기관임에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규정한 정책 심의 권한만 갖고 있을 뿐, 집행권과 예산권이 없다. 새로운 인구정책을 개발하고 부처 간 정책 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설립 의도와는 달리 저출산고령사회위는 각 부처의 정책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고, 부처 간은 물론 중앙·지방 사이를 연계하는 역량도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다. 신설된 인구정책기획단 또한 범부처 협의체를 표방하지만 저출산고령사회위 산하 조직이기 때문에 자문위원회라는 동일한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 인구 정책은?

▷일본= 세계적인 고령화 국가인 일본은 2022년 합계출산율이 1.2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은 2022년 '아동기본법'과 '아동가정청설치법'을 제정하고, 2023년 '아동가정청(こども家庭庁)'을 설립해 저출산과 고령화 담당 부처를 분리했다.

독립적인 전담 부처인 아동가정청으로 저출산 정책을 일원화하고, 다른 부처의 아동 관련 정책에 권고권을 부여해 통합적인 시각에서 저출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강화한 사례다.

▷프랑스= EU 내 합계출산율 1위를 기록하는 프랑스는 중앙부처인 노동보건연대부를 중심으로 장단기 인구정책 계획을 수립·실행한다. 정부와 민간대표로 구성된 총리 산하의 '가족아동고령화고등위원회'가 다양한 인구정책을 제안하고 검토한다.

특히 가족수당기금공단(CNAF)은 전국 100여개의 지역사무소를 통해 각종 수당 지급, 보육 관련 서비스 등을 수혜자에게 직접 지원한다. 현장중심으로 일원화된 재정 지원과 사회서비스 공급을 통해 효과적인 정책 집행을 추구하고 있다.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1995년 1.71명을 기점으로 2010년 2.03명으로 증가했고, 최근 감소 추세에도 2020년에 1.83명을 기록했다.

▷스웨덴=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저출산 현상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국가다. '보건사회부'를 중심으로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포함한 복지정책을 실시한다.

보건사회부는 사회복지, 보건, 사회서비스, 노인·사회안전 담당 장관이 각각 해당 분야를 총괄·감독한다. 또한 보건복지청, 사회보험청, 연금청 등 부문별 산하 책임 기관이 세부 정책의 집행을 맡는다.

특히, 주민들과 밀접하게 교류하는 지방정부가 복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문별 책임 기관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 속에서 유기적인 정책 추진 체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충북 진천군 백곡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백곡면 돌잔치에 참석,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충북 진천군 백곡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백곡면 돌잔치에 참석,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담 부처 설치 쟁점과 고려 사항

인구 전담 부서 신설 논의에 앞서 주요 쟁점과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먼저, 인구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응책인지 검토가 필요하다. 기존의 인구정책이 인구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우리나라 인구 문제의 특성을 바탕으로 기존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전면적인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둘째, 인구 문제는 보건·복지, 교육, 고용, 지역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한다. 부처 간 전면적인 업무 재조정을 실시하고 인구 전담 부처만의 역할과 권한을 설정해야 한다.

관련 부처 간 업무조정 없이 전담 부처를 설립할 경우, 업무 중복성과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이 반복될 여지가 있다.

즉 인구정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지역균형·발전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신설 논의가 있는 이민청 등 개별 정책 부처들과 업무 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담 부처의 불분명한 정책 영역은 부처 간 업무 중복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과도한 집행과 예산의 권한 수준은 전담 부처를 옥상옥(屋上屋)으로 만들 수 있다.

셋째, 인구 전담 부처를 중심으로 한 인구정책의 효과적인 추진과 집행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과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관련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 전담 부처의 업무 범위, 권한, 부처 간 협력 메커니즘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인구 전담 부처의 정책적 책임성과 안정성을 보장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구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인구 전담 부처 설치를 위해서는 기존 인구정책의 한계를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전면적인 인구정책 추진 체계 재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인구 정책의 합리성과 전담 부처 설치의 정당성이 부여받는다면 인구 위기를 극복할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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